2010년 지방선거 정리

2010년 지방선거의 결론은 <가카, 계속 이러시면 곤란하죠> 로 끝이 났다.
그리고 선거 전 여론조사는 참고할 가치도 없고, 믿을건 출구조사라는것도 확인.

기왕에 이길거면 서울-경기까지 판쓸이를 했으면 좋겠지만,
경기도지사는 김문수가 이길것으로 예상했던대로 되었고 - 10% 차는 날줄 알았는데,
서울시장은 빌어먹을 여론조사때문에 대참패 - 그러니까 요새 여론조사를 믿으면 안된다니까 -
할줄 지레 겁먹었지만, 오늘 새벽까지는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랬던 결말은 0.2~3% 차이로 오시장이 질질 끌려다니면서 희망고문 당하다가 이기는거였지만)

결과만을 갖고 간략하게 평을 하자면

서울은 오시장이 최악은 겨우 면했지만 향후 입지는 꽤나 암담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선 후보로 나설 큰 걸음을 떼고 싶었겠지만, 어쩌겠나. 향후 서울시정도 어찌될지 모를 판국에.
교육감도, 강남 3구와 중랑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청장들도 자기와는 대립할 사람들이니
서울시정조차도 지 맘대로 돌려먹을 수 있을지 꽤나 깝깝하겠다. 축하한다. 고생도 좀 해봐야지.
아마 나경원, 원회룡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거다. 낙선됐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리고 한명숙은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서울시장이 됐으면 별로 고민할것이 없었을텐데.
그리고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강남 3구 vs 타 지역 이라는,
자칫 서울 내에서 또 다른 지역감정의 양상이 표출될 가능성도 없지않아 있어보인다.
덧붙여,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노회찬의 표가 많이 아깝게 되었다.
그렇지만 노회찬을 욕하고 그러지는 않았으면 한다. 결과가 이리 되다보니 아쉽기는 하겠지만.
가는 길이 달랐을 뿐이고, 서로 타협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혹시나 패배의 제물로 노회찬을 들먹거릴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인천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 그냥 완승모드다 보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여기 꽤 아플거다.

경기도는 예상했던 10% 차이보다는 좁혀진 것도 그렇고
유시민이 후보로 나서면서 전체적인 세몰이가 꽤 됐다는 것으로도 의의가 충분하다.
그리고 김문수가 어이없는 발언이나 기타 잡스러운 뻘짓은 많이 해왔지만
오시장보다는 도내 정치로 헛짓거리는 임팩트 있게 하지 않다보니 상황이 좋았던 탓도 있고.
그리고 경기도 북부 지역은 원래 북풍불면 지리적으로 민감할수밖에 없는 동네니까.
그래서 10% 대 차이를 예상했었는데, 웬걸. 점유율로는 이정도면 할만큼 했다고 본다.
그리고 시장/군수쪽은... 쪽수나 지역으로 볼땐 한나라당이 크게 손해본것 같지 않아보이지만
머릿수 많은 동네는 한나라당이 거의 다 놓쳐버렸다. 그래서 여기도 서울처럼 한나라당은 망했다.
교육감도 김상곤 재선이고, 여기도 서울처럼 도지사 vs 시장, 군수와 교육감 대결 볼만하겠다.
김문수는 오세훈보다는 훨씬 덜 손해보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한 셈이고,
유시민 입장도 오히려 경기도지사 되는것보다 향후 행보에 더 유리한 결과가 될수도 있다.
욕심같아서는 좀 더 차이를 좁혀 접전을 벌여 임팩트를 주고, 한명숙이 서울시장이 되었다면
유시민에게는 최상의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벌써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에 비견하는데 - 묘하게도 당선/낙선 굴곡이 닯았다
친노세력을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참여당을 누군가는 이끌어 가야하는 역할을 해야하기도 하고
민주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과 연합을 한다고 해도 국민참여당의 주축 역할을 할
인물이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친노의 주축들이 모두 성공적인 데뷔를 했으니까.

강원도에서는 의외의 결과라고 할만한 것이 '북풍' 의 미미한 영향이다.
경기도 북부와는 좀 다른 느낌인데, 아주 접전이 될것같은 느낌과는 달리 이광재가 편하게 이겼다.
아무래도 서울/경기와는 달리 타 지역은 큰 관심을 갖고 보진 못했는데,
이광재도 지역적인 요소의 핸디캡이 없었기에 강원도의 지지율은 이번 선거에서
내가 느낀 한나라당 vs 야권연합의 지지율과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45% vs 55%)

대전은 당보다는 사람 - 염홍철이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됐을거 같다 - 을 보고,
물론 이것이 염홍철이 깨끗하다거나 아주 능력있다 이런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맞상대 보다는
지역에서 좀 더 높이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 승리의 주요원인인것 같다.

충청도 지역은 자유선진당에게 꽤 뼈아픈 성적표를 안겨줬다.
자유선진당이 충청도 지역에서의 연고를 특별히 주장할만큼의 뭔가를 못했다는 이유도 있겠고,
세종시 문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 어차피 자업자득이다만 - 충청권의 민심도 자유선진당을
자기네들의 대변인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 걸로 보인다. 특별히 뭔가 맞불을 놓은게 없으니까.
세종시 번복을 한 한나라당이야 말할것도 없고.
달리 민주당이 여기서 뭔가를 잘해서 됐다기 보다는, 충청권에서 자유선진당이나 한나라당을
밀어줘야할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게 남북 양도의 도지사를 다 털려버린 원인일 것이다.

경북, 대구, 울산, 부산, 전북, 전남, 광주는 별로 얘기할게 없다. 지역고착화는 여전했다.
다만 전북, 전남, 광주는 예전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이 아니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울산은 의외로 민주노동당 표가 적게 나온것 같기도 한데
울산의 경제인구 분포가 그대로 반영이 된 지지율이 이번 선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구는 그러고보니 유시민 얘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는데, 유시민이 나왔어도 30% 정도가 끝일거다.
이 득표율로는... 유시민의 향후 행보가 암담했을거다. '유시민도 별거 아니네' 이런말 나왔겠지.
김민석 - 이 철새는 한나라당만큼이나 싫다 - 은 이런 계산까지 하면서 유시민을 깠을거고.

경남은 약간 위와 유가 다른것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지역 정서와 반MB 정서가 엇갈렸다.
먼저 기초단체장들은 무소속이 강세였는데, 대부분 공천 탈락자/현직 단체장들로 보였다.
공천 심사를 장악한 MB맨들이 자기 계열들을 대거 출격시켰지만,
과거 파란 깃발만 꽂으면 개도 당선된다돈 말이 (이건 반대로 호남지역도 적용되는 얘기지만)
무색하게도, 한나라당이라도 MB맨이면 물먹는다가 이번 선거의 결과였다.
심지어는 도지사마저도 그랬는데 뭘.
김두관이 거물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프리미엄에 나름 같은 행자부장관 타이틀을 단 이달곤이
떡실신당한 이유? MB 디버프 받은거말고 뭐가 있을까. 김두관은 노통 버프 받았지만.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결론,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일들을 정리하면,
(지역별로 뭔가를 쓰다보니 지쳐서 급 정리 들어감)

- 국민의 정서가 어떻다는거를 확실히 알려줬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동네 정서는 어떻다는것도 확실히 알았고,
- 이래도 MB와 추종자들은 삽질을 계속 해댈거고,
-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겼다고 뭔가 큰 뻘짓을 할거같고,
- 다음 총선때까지 정신 바짝차리지 않으면 안되겠다는게 결론이다.

투표 결과는 분명히 MB정부에게 국민들의 뜻이 어떻다는것을 알려줬다.
하지만 MB정부의 최대 문제점, '직언할줄 아는 자들은 어떻다? 매장당한다' 이것 때문에
MB정부의 삽질은 절대 멈추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삽질을 멈추기에는 앞으로 뭘 더 해먹을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이미 퍼질러놓은거 수습하기 - 좋게 한다는게 아니고 먹을거는 빨리먹고 흔적은 지우고 이런거 -
에도 시간이 빠듯한지라 멈추거나 보류할 시간이 태부족이다.

그리고 이번 투표결과를 유심히 본 사람들 - 특히 없는 사람들 - 은 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뭐도 없는 것들이 이건희가 벌금을 수천억을 추징당하든지 말든지 그런걸 왜걱정하니?
투표 결과 보면서 뭐 느끼는거 없나? 아, 하긴 뭔가를 깨달았으면 재개발한다고 표를 주겠냐.

그리고 민주당은 학습능력 없는 조직이라 이번 지방선거 대승한게 뭐 큰 떡이라도 생긴것마냥
서로 내가 공신입네 하면서 떡가르기질 좀 하지마라. 
벌써부터 정세균, 김민석, 그리고 몇몇 당선자들이 내가 일등공신입네 하고 설칠까봐 두렵다.
(특히 김민새 너 !!! 너만 없어도 1% 는 표 더나왔을지도)
니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자멸과 자폭 덕이라는거, 알면서도 모른체 할게 보여서 그래.

그래서 결론은,
이번 선거결과 보고 MB정부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김정일이 북한군 전면 무장해제에 무조건 통일 (백기항복) 할만큼 가능성이 없고,
민주당은 뻘짓할 가능성이 너무 많으니까,
대통령제 하는 이상은 다음 총선때까지 다들 정신 바짝차리자 이거다.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