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후 금일제(金日濟)

중국사의 이해 시간에 발표할 한 무제때의 대외침략사를 정리하다보니,
자연스레 얘기를 안할수가 없게 되는 것이 바로 흉노(匈奴)에 관한 것이다.

또 이 흉노에 대해서 조사를 하다보니
여러가지 재미있는 최근의 학설들이 눈에 띄지만,
이것을 발표할 수는 없을거 같다.
(교수님 성향이 민족주의적이긴 해도 신학설을 수용하지는 않을듯)

한 무제 때 흉노를 이끌던 묵특선우가 여자라...?
그것도 고구려 시조왕 고주몽의 어머니라는것은 너무 파격적인 학설이 아닌가 싶다.
(관련 서적도 2004년 8월 출간된 신간서적)

물론 근거없이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관련된 대강의 내용을 보니 그동안 오랫동안 배워왔던 많은 역사체계에
대지각변동이 일어날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 의구심이 안생길수가 없었다.

여하튼, 위의 의견은 너무 파격적이라 그렇다 치고,
지금 말하려는 금일제, 또는 김일제라고 불리는 흉노의 왕자에 대한 얘기나 하자.

이 사람은 중국 역사서에도 당당히 이름이 명시되고
그 일화와 행적 역시 명백히 나오는 사람이라서 더 흥미가 생긴다.

한 무제 시절, 현재 중국의 간쑤성 일대의 초원은 흉노의 지배하에 있었다.
흉노를 다스리는 총 대장격인 왕은 '선우'라는 칭호를 사용하여
지금의 내몽골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묵특선우의 휘하로
내몽골 서부에는 우현왕(右賢王), 내몽골 동부지역의 랴오닝 북쪽에는 좌현왕(左賢王)을 두었고
위에서 말한 간쑤성의 초원은 혼야왕과 휴도왕이라는 두 부족장이 다스리는 지역이었다.
금일제는 이 중 휴도왕의 아들로,
한 무제 휘하의 젊은 장군 곽거병(藿去病, '곽'자는 위의 풀 초변을 떼어야 함)의 침공을 두려워한
혼야왕이 항복하자는 설득에 응하지 않던 휴도왕을 죽이고 한에 투항할 때
한의 수도 장안으로 가족과 함께 잡혀갔다.

당시 흉노의 기마궁병대를 두려워하던 한 무제는
점령한 지역에 대완에서 가져온 '천마(天馬)'라고 무제가 불렀던 우량종의 말을 방목하여
기마군단을 편성하려 하였고, 금일제는 이 목장에서 말을 기르는 일을 맡게 되었다.
금일제가 기르던 말들이 유독 뛰어난 것을 본 무제는 금일제를 중용하여 수행경호원에 임명하였고
금일제는 무제를 암살하려던 자객을 격투끝에 물리치는 공을 세워 '투후'의 관작까지 받게 된다.

무제 만년에 무제의 후사를 당부받은 사람은
요절한 천재장군 곽거병의 동생 곽광(藿光)과 금일제였다.
곽광을 대사마(大司馬), 금일제를 거기장군(車騎將軍)에 봉하였고,
뒤를 이은 소제(昭帝)가 너무 어린 것을 이유로 '투후' 관작을 사양했던 금일제는
소제 즉위 이듬해 몸져 눕게 되고 곽광의 간곡한 권유로 죽기 전에야 투후의 관작을 받아들인다.

이 후 곽광은 소제-창읍왕-선제에 이르기까지 정권을 독단하다
선제(宣帝) 6년에 사망하고, 선제는 곽광 사후 곽광의 일족을 숙청하는데
이 와중에도 금일제의 후예들은 피해를 입지 않고 황제의 신임을 계속 받아 중용되었다.

전한 말기, 외척으로 정권을 잡고 있던 왕망(王莽)은
결국 양위를 통해 '신(新)'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게 되는데
왕망은 금일제의 증손자로 투후의 작위를 이어받은 금당(金當)의 이모부이기도 했었기에
금일제의 후손들인 금씨는 새로운 제국 '신'에서도 정권의 중추세력이 되었다.

이 후 신의 멸망과 함께 금씨 일족은 산동지방과 황하 이북으로 도망쳐
저항세력을 형성하기도 했으나 후한의 압박을 피해 만주로 도망가거나
(이 때문인지 나중에 북송대에는 만주에서 여진족의 제국 '금(金)'이 형성될지도 모르겠다.
이 '금'은 신라 멸망 후 신라왕족 중 일부가 발해가 사라진 후
무주공산이 된 만주로 가서 세운 나라라는 주장도 있다.)

산동에 있던 금씨 일족들은 바다를 건너 계림까지 와
계림을 지배하던 석씨 일족과의 투쟁끝에 신라의 왕좌를 차지하니
이 사람이 신라 시조인 김알지(금알지)라고 한다.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비에 금일제의 후손임을 명시한 문구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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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쓴거니까, 2004년도 쯤에 썼던 글일겁니다.
문무왕 비에 금일제의 후손임을 명시한 문구에 대한 얘기는 군대있을때 월간조선(-_-) 어디선가
조갑제(-_-;;) 가 끼적거려놓은거에서 본 기억이 있었는데,
글 옮겨오면서 검색 좀 해보니 사실은 사실인가 봅니다. 써져 있다는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