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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8.0 : 카핑 베토벤

Dohwasa 2008. 10. 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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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10점 만점) : 8.0





베토벤을 주제로 삼아 만든 영화로는 '불멸의 연인'과 이 '카핑 베토벤' 만 생각난다.
뭐 다른게 또 있었는지는 잘.

베토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위대한 음악가들 중에서도 사람마다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로는 첫째, 둘째를 다툴만한 인물.
(이 사람과 수위를 다투는 인물은 바로 모차르트)

유럽연합의 공식 상징가로도 채택된, 인류애의 노래라고도 하는 위대한 교향곡 9번 '합창' 을 작곡했으나
당시 베토벤의 인간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시기하는 세력들이 있다쳐도 참 난감한 수준의 평가가 많다.
사람의 됨됨이에서 예술이 비롯된다고 누군가가 얘기를 한다면
바그너와 더불어 '그거 아니거든요' 라고 반박할 가장 좋은 소재가 또 베토벤이다.
(위에서 말한 수위를 다투던 모차르트도 여기에 포함.
그런데 바그너는 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 아니냐면, 음악은 몰라도 인간쓰레기라는데는 거의 동의하는지라)

굳이 말하자면, 이 '카핑 베토벤' 은 베토벤의 밝은 면에 초점을 두고 그린 영화.



극 초반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후드를 쓴 베토벤이라.
만년에 완전히 귀가 멀어 수첩에 갈겨 쓰는 필담에 의존해야했던 그가 후드라니, 공기의 떨림을 느낀다?
사실이든 아니든 영화 속의 베토벤의 성격을 나타내는 도구 중 하나.
음악을 듣고 싶다, 그러나 들을 수 없는 그 고통을 너희들이 알리가 없지.


에드 해리스라는 배우는 전에 어딘가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지만,
남아있는 베토벤의 캐리커처나 초상화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볼 때
상당히 잘생긴(?) 베토벤에 속하는 인물이다.
튀어나온 이마와 아랫입술에,평균보다 훨씬 작은 키.
기분이 좋아 파안대소할땐 원숭이가 웃는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봉두난발한 머리와 행색은 부랑자인줄 알고 경찰이 연행해갔을 정도였다니.

작곡에 재능이 있던 당시에는 흔치않았던 여자 작곡가 지망생 안나 홀츠와 베토벤의 만남은 저렇게 시작되었다.



베토벤이 안나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물을 끼얹는 장면.

사실은 저거보다 좀 더 심한건데,
옷을 입은채로 자신이 작곡한 곡이나 작곡중인 곡을 흥얼거리면서 선채로 물을 뒤집어 쓰곤 했다.
이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인 아랫층에서의 불평은 늘상 있는 일이어서
집에서 쫓겨나는것도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안나라는 인물이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옷을 벗어던지고 물을 끼얹는게
좀 더 그럴싸한 효과가 있긴 한듯.

이쯤해서 영화 스토리를 좀 요약해서 쓸까 했는데,
그냥... 대여해서 보시도록.



영화 속에서 안나의 역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

베토벤이 생애 가장 아꼈던 조카 칼.
베토벤은 칼에게 자신과 같은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고 단정짓고
자신과 같은 음악가의 길을 가게 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이름과 명성에 기대 칼의 독주회까지 기획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없음을 아는 칼은 이를 두려워한다.
아마... 베토벤 본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사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
이를 솔직히 지적한 안나에게 처음에는 화를 내지만,
이내 독주회를 하지 말아야겠다며 칼이 좋아할법한 군대를 가게 해야겠다고 안나에게 말하는 장면.

실제로 베토벤은 칼이 소속된 연대의 연대장에게 자신의 작품을 헌정하기까지 한다.



베토벤이 8번 교향곡 이후 10년만에 발표한 9번 교향곡의 초연.
실제 초연 시기로 따져볼때, 8번은 1814년, 9번은 1824년에 초연되었으니 10년만의 발표는 맞다.
그러나... 영화와 같이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지휘에 따랐던가?

그건 아니었다.
기어이 지휘를 하겠다고 고집하고 나선 베토벤이 청중들이 보기에는 지휘를 하고 있었을지 몰라도,
움라우트라는 다른 지휘자가 청중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로 지휘를 하고 있었다.
영화와 같이 베토벤이 안나의 지휘에 따라 지휘를 하지는 않았던 것.
연주가 끝나고 베토벤은 초연이 실패했다 생각하고 뒤도 못돌아보고 있었는데,
무대에 있던 성악가가 베토벤을 돌려 세워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기까지 했었다.

좀 더 뒷얘기를 하자면,
청중들의 반응에 비해 수입이 보잘것 없어 집으로 돌아간 베토벤이 졸도했다는 얘기가 있다.
(속물같지만, 난 이런 베토벤이 더 좋더라~)


이 후로 무려 11분 20초동안 이어지는 9번 교향곡 연주 씬.



무려 11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지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연주 씬이었다.

캡쳐 화면에는 없지만, 슐렘머와 칼이 감동하는 장면도 그렇고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표정 하나하나가 정말 잘 짜여져서 만들어진 장면.
특히 곡 거의 막판의 카메라 워킹은 예술적이었고,
연주 씬 안의 장면 분배/구성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어제 본 고고70 또 생각나네... 에휴.


이 뒤의 내용은 베토벤의 마지막 역작, 대 푸가를 작곡하게 되는 얘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뭐... 그다지 임팩트가 있는 부분은 아닌듯)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과, 그의 고뇌를 긍정적인 느낌으로 보여준 영화.
'카핑 베토벤' 이었다.

굳이 오랜 시간에 대해 조망하지 않아도,
9번 교향곡의 초연으로부터 사망때까지의 3년을 얘기했음에도
이 영화는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음악가에 대해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조화시켜
베토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해낸 영화였다.

잡다구리~ 한 얘기 늘어놓거나, 엉터리 편집으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이거 좀 보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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