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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상인이 용팔이가 될 때

Dohwasa 2009. 9. 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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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한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나름대로 길게 한 아르바이트라면 모 포털업체에서 한 인사/총무 업무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인사/총무 업무로 시작했었는데 어느샌가 장비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더군요.
직원수는 약 200여명인 업체였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 펜티엄4 윌라멧 1.5Ghz CPU를 탑재한 PC를 쓰고 있었습니다.
4~5개월 전에 교체했다는 PC인데.. 저 CPU 아실만한 분은 문제점이 뭔지는 아실테고,
요새는 대부분 상향평준화 된 PC부품들이다보니 괜찮은 편이지만
당시만 해도 문제투성이인 VIA 인텔CPU 호환칩셋에 ECS 보드를 쓴 PC로 전량 교체한 상태였습니다.
장비관리 업무를 전담할 무렵에는 도입한지 1년 조금 못되는 시점이었는데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더니 1개월 남짓한 사이에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는게 예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교체업무를 제가 자청해서 떠맡았는데 그러다보니 퇴사할때까지 장비관리 업무 전담이 되더군요.
그 업무를 9개월 정도 하고 복학 후에도 장비 관리 업무만 따로 일주일에 한차례 방문해서 처리해주기도 했고요.

앞에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쓴 이유는 저도 나름대로 용산이라는 곳은 질리도록 가봤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고객 불만이 급속도로 확산되기도 하고,
가격 정보 등의 수집이 가격 비교사이트의 확산과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쇼핑 정보로 인해 손쉽고,
인터넷 쇼핑몰이 대세가 된 관계로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은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창 전자제품을 사려면 용산전자상가를 가야하는것이 당연한것처럼 인식되던 시절에,
우리는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을 비꼬아서 이렇게 불렀습니다.

'용팔이'

이 단어가 모든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을 지칭하는 말은 아닙니다.
일부 상도의라는게 뭔지도 모르는 개념없는 상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죠.
사실 제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장비관리 관련 업무를 하면서 PC 부품조달때문에 용산을 가기 전에
워크맨이나 CDP를 구매하려고 용산을 자주 드나드는 편이었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그 '용팔이' 들한테 속고 살던 시절이었지만요. 그만큼 정보가 부족했기도 했고요.

PC 관련한 일로 용산을 드나들때는 '용팔이' 를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최초 부품조달때 규모가 좀 커서 (약 2천만원 정도) 용산의 대형 소매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원하는 스펙의 공급가를 타진했었고,
그 때 거래했던 업체와 퇴사때까지 쭉 거래를 해왔었고요.
이미 가격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게 된 이후, 호객행위는 그저 소귀에 경읽기일 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전에 비해 용산 갈 일이 많이 뜸하긴 했습니다만, 오늘 이렇게 '용팔이' 에게 한방 먹을줄은 몰랐습니다.


용산에 mp3 플레이어 하나를 알아보려 갈 일이 있었는데,
친구가 노트북 램을 하나 구입해달라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목표는 DDR3 PC8500 1GB. 내키지않는 브랜드 제품을 사달라는거였지만 제가 쓸게 아니니까 상관은 없었죠.
오후 6시쯤 도착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소매업체 물건을 대주는 총판 연락 안되는데도 있고 해서
세군데 지나치고 드디어 한 곳에서 적당한 가격에 파는것을 발견했습니다.

업체명 공개합니다. (주) 디지탈컴프라이스.

자체 보유물량이 없어서 갖고오는데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어차피 원래 제가 사려던것도 알아봐야해서 결제하고 다른데 갔다오겠다고 하고 시간 맞춰 오니 아직도 안왔네요.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5분쯤 기다리니 물건이 왔습니다. 은박지로 포장되어서요.
여기서 은박지 까서 물건상태 확인을 해봤어야 하는데 확인을 안했던게 제 불찰일까요...

친구는 강남역에서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 가게에 도착해서 램을 넘겨줬는데 포장 까고나서 친구 말,
"중고 샀어?" ... 이게 뭔 말이랍니까.




스티커 바코드 위의 글자 중 가장 우측의 "0905",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 의미는 2009년 5주차 생산품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 램은 2009년 2월 중에 생산된 제품이죠.
그나마 2009년 2월 생산 제품이 재고로 묵혀있다가 이제 나온거라면 차라리 이해는 해주겠습니다.
나중에 문제 발생시에 AS를 가더라도 구입 영수증 잘 챙겨서 들고가면 AS 기간은 보장해줄테니까요.

그런데 저 사진을 잘 보시면 아랫쪽 단자 부위... 보이십니까?
안타깝게도 그때 찍을 수 있는 도구가 핸드폰 카메라 뿐이라 화질이 별로인 것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PC 관련해서 좀 안다하시는 분들은 저게 뭔지 아실겁니다.
네, 저 램은 이미 다른 PC에 장착된 적이 있는 제품입니다. 한마디로 "중고품" 이라는 말이죠.
다른 램 슬롯에 꽂았을때 남는 저 흔적이 그대로 있는 램을 팔았다는겁니다.

제가 중고 램 전문취급점에가서 램을 산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신품 가격 내고 램을 산것인데 무슨 정신으로 '중고품' 을 '신품' 인것마냥 줬을까요?

영수증 사진도 첨부합니다.




제가 찾아갔던 디지탈컴프라이스가 중고 전문 취급점이었을까요?
중고램을 신품인것처럼 보내온 디지탈컴프라이스와 거래하는 램 취급점이 양심불량이겠지만,
전 그 램 취급점이 어디인지 알 도리가 없고 제가 거래한 곳은 디지탈컴프라이스라는 가게입니다.
그러니 디지탈컴프라이스에 대해서 이렇게 불만제기하는거, 업체측에서는 고까워할 이유는 없을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정작 화가 났을법한 친구가 괜찮다고 해서 제가 용산 다시 갈 일은 없을듯 합니다.
그러나 '용팔이' 라는 그 말의 의미를 아주 오랜만에 떠올려 볼 수 있는 '사건' 이었습니다.



p.s
솔직히 접객 태도도 영 글러먹었다는 말 더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목 수정했습니다.
발행된 제목은 이미 수정이 안되는거라 어쩔 수 없지만, 써놓고 보니 제목이 너무 극단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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