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Hiding
젠하이저 HD800S 본문
작년 이맘때 큰맘먹고 샀었던 젠하이저 HD800S다. 지금은 내 손에 없지만 사진 정리하다보니 찍어둔 사진이 있어서 올려본다. 여름에 헤드폰을 쓰면 상당히 힘들것 같지만 적절히 냉방되는 방에서 가죽재질 밀폐형 헤드폰이 딱 귓바퀴 사이즈에 맞춰진 정도가 아니라면 딱히 불편하지는 않다. 헤드폰 쓰고 밖에 나가는건 보통 일이 아니지만.
기본 케이블에 3.5mm 케이블은 없다보니 별 생각없이 사오면 곧바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XLR 케이블과 6.3mm 케이블 이렇게 2종만 있다. 그리고 300옴이라는 어마무시한 임피던스다보니 PC와 직결시에는 제대로 된 출력이 나오지도 않는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은 LG V30인데, HD800S를 구입했을 당시에 쓰던 폰은 V20이었기에 300옴의 임피던스 감당이 가능했고, 지금까지 샀던 물건중에 싸게 사서 참 오래도 잘 쓰고있는 오디오퀘스트의 DragonFly USB DAC도 있다보니 급한대로 임피던스를 감당할 출력을 낼 수 있는 앰프를 급히 구입해야하는 문제는 없었다. 헤드폰 가격에 비하면 저렴한 솔루션이었지만 그걸로도 HD800S의 소리가 어떤지 느껴보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뭐 그렇듯이... 결국 더 나은 소리를 찾아 POSTEX의 HP-A4라는 XLR-4 규격을 지원하는 앰프를 구입하게 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젠하이져의 앰프가 궁합이 좋다고는 하던데 가격이 HD800S와 같은 급의 무려 세자릿수다보니 엄두가 안나서 두자릿수 가격대에 XLR-4 규격 지원 앰프를 찾다찾다 찾은게 HP-A4였다. 디지털 LCD 표시창 같은게 없다는 점은 편의성 면에서 좋게 평가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이런저런거 손대기 싫어하는 성격에는 잘 맞았다. 물론 소리도 좋았고.
아마 지금까지의 음감 생활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좀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꼭 다시 영입하고 싶은 헤드폰이긴 한데 그때쯤 되면 또 신형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당시 앰프 구입까지 소요한 비용이 대략 250만원인데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음악감상 솔루션이었다. 개인적인 소리에 대한 감상이라면 레퍼런스 헤드폰들같은 군더더기 없는 소리 그런것 보다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오래, 길게, 즐겁게 들을 수 있었던 소리였다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