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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복스 HA-SX12/HD-K (8.5) 본문

일본의 음향기기 메이커 아시다복스는 음향관련 커뮤니티에서 처음 알게 된 이후로 여러 모델들을 구입해서 써보고 있다. 가격대비 뛰어난 성능, 접근성 좋은 가격대 등이 강점으로 20만원 대 헤드폰 추천리스트를 만든다면 꼭 넣을 ST-31-02가 가장 고가 제품일 정도다. 이어폰은 요즘 트렌드인 케이블 분리형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1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EA-HF1+, 최신작인 EA-AS1 역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작년 말 일본에서 열린 헤드폰 전시회에 출품했던 2종의 헤드폰과 1종의 이어폰이 모두 출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21일부터 발송이 시작된 모델이 이 HA-SX12-HD다. 동일한 디자인의 HA-ST12 출시 후 이어폰 EA-AS1이, 마지막으로 HA-SX12가 출시되었다. ST12와의 차이는 드라이버와 케이블 분리 가능여부로, ST12는 기존 제품에 사용하던 드라이버를 쓰고 SX12는 새로 개발한 드라이버를 채택했다.


아시다복스는 늘 간결한 패키지 구성인데, 회사 설명으로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원가절감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는데 가격을 보면 납득이 되는 설명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14,850엔이고 국내 직배가 안되기 때문에 배대지로 보내서 받는 비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에 입수하는데는 17만원 조금 못미치는 비용이 들었다. 구성은 헤드폰 본품과 사진의 3.5mm to 3.5mm 케이블, 취급설명서(보증서)와 커넥터 배선도가 전부다.


이어컵 디자인과 헤드밴드는 꽤 오래전의 파나소닉 RP-HTX7과 유사하고 ST12와 디자인 및 이어패드를 공유한다. 왼쪽 이어컵에 케이블 연결 커넥터가 있고 사이즈는 3.5mm이다. 밸런스드 케이블을 지원하는지 커넥터 배선도가 같이 들어있는데 3.5mm to 4.4mm 규격의 밸런스드 케이블을 써야 한다. 아시다복스 자체적으로는 아직 밸런스드 케이블 제작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구성품에도 없지만 홈페이지에도 없어서 4.4mm 밸런스드 케이블을 적용해보려면 타사 제품을 구하거나 자작해야한다.
소리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부분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착용감이 아주 좋다. 이건 같은 구조를 공유하는 ST-12도 그런데 이어컵 크기느 헤드밴드 길이, 이어패드의 부드러움까지 딱히 흠잡을데가 없어서 오래 쓰기에도 좋다. 이어패드 교체도 손쉬운 편인데 젠하이저 HD25하고 같은 스타일로 이어패드 후면의 비닐소재 부분을 홈에 걸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중요한 소리는 어떨까. ST12가 좀 둔중한 소리, 좋게 얘기하면 웜톤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조금 답답하다던가 부한 느낌의 소리였다면 SX12는 신형 드라이버의 탑재때문인지 중고음역대가 선명하게 들린다. 그런데 헤드폰을 쓰고 첫 인상이 어? 하는 느낌이었던게 중고음역대 대비 저음역대 존재감이 너무 과한거였다. 들리는 소리 비중을 총합 100이라고 한다면 중고음역 35~40, 저음역 60~65 수준으로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내 기준에서는 저음 강조형이어도 55~60 정도가 일반적이다) 붕붕거린다, 벙벙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해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패드를 탈거하고 들어봤는데 꽤나 멀쩡한 소리가 나온다. 패드가 없으니 저음부가 쭉 빠지는 느낌이지만 이 편이 듣기에는 더 편해서 혹시나 바꿔볼만한 패드가 있는지 찾아보니,


좌로부터 JVC MX-100-Z 정품패드, HA-SX12-HD 패드, MX-100-Z에 호환된다고 해서 구입해본 V-MOTA 패드다.
이어컵 사이즈가 비슷해보여서 골라본건데 셋 다 장착은 된다. 다만 MX-100-Z 정품패드는 미세하게 고정부위 사이즈가 커서 쓰다가 가끔씩 빠지기도 하니 실사용 꾸준히 하기에는 조금 불편하고, V-MOTA 패드는 뒷면이 많이 남아 SX12의 패드 고정용 홈 부위보다 더 올려서 덮는다는 느낌으로 장착하면 잘 고정된다.

또 다른 방법은 이어컵을 다 덮는 폼 재질 커버를 쓰는 것인데 이 사이즈는 무엇으로 검색해야 나올지는 모르겠다. 알리에서 구입한지 1년도 더 된 커버라... 젠하이저 HD480 대체용 패드를 찾다 구입한 제품인데 여러 쌍 묶음으로 온 것을 이렇게 쓰게 되었다.
테스트 결과 음역대 밸런스 면에서는 MX100-Z > SX12 > 폼 재질 커버 >>> V-MOTA 패드 순으로, 패드가 얇아질수록 저음역의 과함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MX-100-Z 패드에는 고정이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고, 폼 재질 커버는 소리 느낌은 괜찮지만 저음이 많이 빠지는 느낌이라 실제는 제조사의 의도대로 원래 순정패드를 그대로 쓰는게 맞는 것 같다.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긴 한데, 가격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신제품이더라도 동사의 ST-31-02를 넘는 성능을 기대하는건 욕심이었던거 같다. 저음부도 아웃도어용으로 쓴다면 나쁘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들긴 하는데 굳이 테스트까진 하지 않을듯. 결국 올해 아시다복스의 신제품 3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이어폰 EA-AS1이었고, 아시다복스의 플래그십은 여전히 ST-31-02라는게 결론이다.
+++ 2025.4.12
평점을 8.8에서 8.5로 수정했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다보니 젠하이저 HD569를 8.7로 해뒀는데 이 SX12를 그보다 더 높게 잡을 이유는 없어서다. 따로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동일 디자인에 더 먼저 출시되었던 ST12는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