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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7 - 허니머스타드 소스 본문

Diary

2020/5/7 - 허니머스타드 소스

Dohwasa 2020. 5. 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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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장기입원 이후 당뇨합병증으로 발생한 황반변성과 망막출혈로 인해 회사도 퇴사하고, 그 이후 몇 달에 걸쳐 여러 차례에 걸친 수술과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한쪽 눈은 살리지 못했다. 멀쩡한 눈은 그나마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을 꽤 회복해서 시력검사로 나오는 수치상으로는 맨눈 시력이 합병증 발생 전보다 더 올라갔지만 단순 수치상의 것과 실제 생활상의 체감 차이는 맨눈 시력은 나빴어도 안경쓴 교정시력은 동등했던 이전이 훨씬 나았다.

 

이것도 벌써 몇 년이 흐른 얘기지만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로 맛이 간 한쪽 눈 탓에 여전히 거리감 재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거리감도 거리감이지만 주의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대충 봤다가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자주 있다. 여러모로 예전의 삶을 살기는 어렵지만 자가치료를 병행중인 당뇨족 만큼이나 이것 역시 성가신 편이다. 그래도 한창 망막출혈-박리나서 수술받던 시기를 생각하면 그나마 사람 꼴이기는 하다만. 한창 수술받을땐 세상이 그저 하얗게만 보여 눈으로 뭔가를 보면서 할 수 있는게 없어 하루를 잠과 음악듣기로 시간을 때우고 가끔 드라마나 예능 소리로 듣는게 일상이었으니까.

 

제목은 저렇게 써놓고는 왜 장황하게 눈 관련 얘기를 늘어놓느냐면 떨어진 시력에서 비롯된 산만한 주의력 때문에 머스타드소스에 대한 사소한 깨달음을 얻어서다. 사실 쉐이크쉑버거 가서 한 차례 당해놓고는 어설프게 또 당한거지만.

 

얼마전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갔는데 집에 허니머스타드 소스가 떨어진게 생각나서 위의 머스타드 소스를 덥썩 집어왔다. 며칠지나 동생네 냉장고에 위탁해놨던 치킨너겟을 갖고 와서 튀겨먹을때 이 소스를 썼는데 단맛은 싹 빠진 "머스타드 소스" 그 자체였던거다. 제품명에 허니가 안붙어있는걸 주의깊게 안보고 집어온 내 잘못인데 머스타드 소스와 허니머스타드 소스의 차이를 위에서 언급한 쉐이크쉑버거에서 이미 겪어놓고도 완전히 까먹고 또 걸렸다.

 

그렇다고 이 머스타드 소스를 버릴수도 없고. 물론 코스트코라면 환불정책이 아주 관대하니 정 못먹겠으면 환불도 가능하겠지만 당장 너겟은 먹어야겠고 해서 번쩍 든 생각이 머스타드에 단걸 섞으면 그게 허니머스타드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물엿을 섞을까 하다가 올리고당이 있어서 종지에 위의 머스타드 소스와 올리고당 적당량을 섞으니 시판 허니머스타드 소스와 비슷한 느낌의 소스가 되어서 코스트코에 환불하러 갈 일은 없게 되었다. 다만 시판 허니머스타드 소스보다는 많이 묽은 느낌인데 이건 올리고당의 점성을 따라가다보니 어쩔 수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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