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Hiding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8.0) 본문
5년전 드라마를 이제와서 보게 된 시작은 foobar2000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조정석이 커버한 쿨의 "아로하" 때문이었다. 그전부터 쇼츠로 조금씩 봤던 부분은 꽤나 많이 있었지만 정주행 할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아로하가 트리거가 되었나보다.
의료대란 이전에 했던 드라마라 방영 당시에 봤던 것과 지금에서야 보는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드라마의 구성도 그렇고 의학드라마의 형식을 빌린 휴먼 연애 판타지 드라마 정도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 매 회 들어가는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를 통한 그 시절 감성 한스푼을 추가한. 정작 그 시대를 살아온 나는 매회 나오는 노래에 그렇게 감정이입은 안되더라. 다 아는 노래고 개중엔 18번도 있고 그렇지만 흠.. 하게 되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밴드 합주 부분은 중간의 스토리 진행씬 부분을 빼고는 좀 스킵하면서 지나갔다.
뭐 내 취향이 완벽한 메이저에 부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이너에 경도된 것도 아닌 살짝 삐딱한 취향인 탓도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응답하라 시리즈도 그렇고(정주행 한게 하나도 없다. 내가 그 시절을 모두 살아봤음에도.) 나영석 PD류의 예능 역시 챙겨보는게 없다. 그냥 슬의생 같은 감성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였던게 이 드라마의 평가를 9점 이상 주지는 못했던 가장 큰 요인일거고, 여기에는 내가 병원 장기입원(1개월 이상)을 자주 했던 개인적인 경험도 더해져서 그런 것도 있는데 뭐 환자 입장이나 실제 병동 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드라마는... 그걸 2시즌 23화에 걸쳐서 보고 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그냥 볼만은 했는데 같은 시기를 살아왔어도 그냥 정말 남의 얘기같은 드라마라는거. 어쨌든 이 드라마의 좋게 평가할 부분이라면 등장빈도가 높은 개그씬이 좋았고,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사례와 감정 묘사 정도는 좋게 평가할만 했다. 썩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출연 배우들 중에 애정하는 배우가 있고 남들 다 봤던 드라마 나도 좀 봐야하지 않을까 라든지, 가벼운 의학드라마를 빙자한 연애물을 좋아한다면 나쁘지는 않을지도.
요즘 전공의 소재로 한 후속작이 방영중이긴 한데 이건 글쎄... 당장은 볼 일이 없을것 같다. 나중에 볼거 어지간히 없으면 그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