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Magnetox TKL 키보드 (9.2)

작년부터 꽤 오랫동안 써오던 키보드는 8Bitdo의 슈퍼패미컴 오마주 디자인 키보드였다. 카일 백축을 채택한 유무선 겸용 키보드지만 진작 스프링 C타입 케이블을 책상위에 빼놓은 상태라 무선으로는 딱히 써본 기억은 없다. 직장에서 쓰는 것도 아니니 기본인 카일 백축도 상당히 괜찮았지만 원래 클리키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서 리니어나 텍타일 축으로의 교체를 검토하다가 키크론 프로 바나나축과 하이무 소금바다 축을 구매했고 결국 키크론 프로 바나나축으로 교체했다. (축 교체하다 지쳐서 소금바다로 다시 갈지 않은거다 그냥)

 

키감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가 있었으니 8Bitdo 키보드가 카일 백축을 기본으로 쓴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통울림이다. 클릭 소리에 가려서 잘 안들렸던 통울림이 텍타일 축으로 교체하니 너무 심할정도라 개인 키보드 공방하시는 분께 의뢰해서 약간의 흡음작업을 거쳐서 상당히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었다. (당시 의뢰받으신 분이 경험쌓는 중이라고 싸게 해주셔서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좋다 해도 이걸 근 1년을 쓰고 있다보니 뭔가 슬슬 물리는 느낌도 있고 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던차에 자석축(마그네틱축) 키보드라는게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처음 알게된건 커세어 K70 Pro MAX TKL 출시 정보를 보다가 알았는데 어째 이건 평이 80% 자석축이라는 등(펑션키 등은 일반 기계식축) 썩 좋지 않았다. 결국은 우팅으로 가게 될거라는 얘기가 대부분이고. 그래도 조금 더 알아보니 일단 내 기준에서 키보드는 TKL(텐키리스) 여야 하는게 우선조건인데 우팅은 60 아니면 80이고, 커세어나 스틸시리즈는 비슷한 문제가 있고, 터틀비치는 국내 평이 없고, 글로리어스는 가격이 애매해서 그럴바엔 우팅사지 이러던 차에 한성에도 자석축이 나온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풀배열밖에 없네... 그냥 우팅 80 중고로나 알아볼까 하던 차에 어디선가 얼핏 들은 얘기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TKL이 입고될거라는 소식이었다. 결국 11일 발송으로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몇 가지 색상 중 마음에 딱 들었던게 모카 색상이라 주문, 정확하게 12일에 받았다. 

 

 

Magnetox 기다리기도 지루해서 우연히 할인하길래 질렀던 앱코의 AK87H와의 크기 비교다. 좌우 여백은 미세하게 작은 대신 위아래로 여백이 조금 더 있어 전체 크기는 조금 더 큰 편이다. 사진 나온김에 앱코 AK87H 얘기를 하지만 오래 전 키보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환상의 축으로 불렸던 홀리판다의 복각 축 중 하나인 홀리판다 V2를 사용한 키보드다. 이 홀리판다 V2는 카일에서 복각을 한 축이고 나는 오리지널 홀리판다를 모르는 상태에서 써봤는데 키 압이 상당히 강력했다. 직전까지 썼던 8Bitdo+키크론 프로 바나나축 키보드의 압이 57+-8g 수준이라는데 체감상으로는 그 배는 될법한 압이 느껴졌다. 예전의 타건 감각에 비해 힘을 많이 줘서 쳐야했었는데 뭐 시간 지나니 이것도 적응은 되긴 했다. 다만 적응할때까지는 전보다 오타가 조금 늘었지만. 찾아보니 홀리판다에 대해서는 강렬한 걸림이라는 표현을 나오던데 통통 튀는듯한 반탄력이 나름 매력적이긴 했다. 

 

 

키캡 디자인은 요즘 한성에서 많이 보이는 동그리 키캡(키캡 주변부가 둥글둥글)이고 USB 케이블 연결부에는 온오프 스위치가 있어 프로모드를 끄고 켤 수 있다고는 하는데 난 래피드트리거 같은 기능 쓰려고 샀던건 아니라서 굳이 온 할일은 없을 것 같다. 색상도 그래 바로 이 색이다 싶어서 골랐던게 사진의 모카인데 실제로 보니 실물이 더 맘에 들었다. 

 

키감은 적당한 도각거림과 통울림이 그다지 없는 소리에 상당히 가벼운 압이다. 기존 것들과 비교하자면 홀리판다 V2 >> 8Bitdo+키크론 바나나축 > 한성 Magetox 정도로 키 압이 가볍게 느껴진다. 한창 홀리판다 V2에 적응하고 있던 단계에 Magnetox를 받아서 써보니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꼈을 수도 있을거고. 

 

다른 자석축 키보드를 써본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동안 써봤던 키보드 중에서는 상당히 만족감이 높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케이블과 키보드 분리형이 적당한 가격대부터는 기본인데다 이미 항공케이블(스프링 타입) 환경도 구축해 놓은지라 기존에 쓰던 8Bitdo, 앱코 AK87H와 돌려가면서 쓰면 딱 좋을 것 같다.